공연히 어른들이 싫고 세상이 못마땅한 시기가 사춘기이다. 우리 데이빗은 이시기를 견뎌내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파이팅 데이빗.  데이빗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에서 자란, 부모가 꽤 신경써서 키운 아이이다. 어려서부터 사교육도 많이 받고 다양한 체험활동과 해외여행을 경험했으며 폭넓은 독서로 어휘력도 풍부한 데이 에리트 아이이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한 무리, ‘보통 아이들’이 있다. 그 나이 또래 특유의 방황과 고집을 지녔지만 나름 어른들의 세계를 수용하려는 어린 사람다운 천진함도 가지고 있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지만 운동하고 싶은 욕구에 쉽게 무릎 꿇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아이들. 과거에는 이들이 유도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90% 이상의 ‘보통 아이들’이 두껍게 중간층을 이루고 극소수의 뛰어난 아이들과 극소수의 불안한 아이들이 나름 균형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보통 아이들’이 없어졋다. 옛부터 고차원의 어휘를 구사하는 변호사, 의사가 꿈이라는 아이들과 그들을 부러워하는 아이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담장이 높이 놓여 있다.  그러나 특출한 아이들과 일탈을 일삼는 아이들은 부딪침도 별로 없다. 사실은 높은 담장 때문에 부딪침이 일어나지 않아서 유지되는 평화인 것이다. 그래도 옛날에는 그 격차가 심하지는 않았다. 도시락을 못 싸오는 꼬질꼬질하고 덩치가 작은 아이도 축구할 때 같이 끼워주었고 잘난 체가 몸서에 밴 우등생도 쉬는 시간에는 함께 어우러져 팔씨름을 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평범해 보이지만 지혜롭고 너그러운 유도반 몇몇 아이들이 교실 분위기를 주도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