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artup EMPLOYEES

#11: 평생대리

나는 서울대 김성수교수님의 지도로 인사조직관리를 배웠다.  김성수교수님은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미국 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최우수 논문상, 한국갤럽 학술논문상 최우수상, Mercer 컨설팅 최우수 논문상, 한국 인사조직학회 국제학술상 수상등등 인사조직관리에서는 세계적인 킹왕짱이다. 아모레페시픽 사외이사이시다.  나는 그때 배운 인사조직관리 지식으로 PeopleSoft 란 인사자본관리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이글은 PeopleSoft 에서의 발탁인사경험담이다.

회사가 커지면서 말단에 남는 직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출세에 별로 관심없고 불평없이 그냥 일하는 평생대리, 과장들이다.  회사승진기준이 시간제 승진이 아니고 성과별 승진이기 때문에 승진에 신경을 끈것이다.  

성과별 승진제도는 잘나가는 직원에게는 보상이 크고 upward mobility 가 잘되는 제도이다.  똑똑하고 야심차게 일을 잘하면 바로 승진시킨다.  사기를 높이는 발탁인사제도를 잘 사용하는것이다.  어느날 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무능하게 보인다면 반성해야한다.  똑똑한 사람은 그부서에서 떠났다는 뜻이다.

이런식으로 발탁인사승진을 몇번하면 보상이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보통승진때와 다르다. 라인에 서있는것이다.  미국기업에서의 라인은 한국기업과 다른성격이지만 분명히 있다. 라인서 오는 임원자리는 환상적인연봉, 스톡옵션, 복리등등 한번 해볼만하다. 그러나 보상이상으로 책임이 커서 긴장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이런환경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실력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중요해도 실력은 기술일뿐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델타는 창의적인 마인드와 칼같은 소통이고 더더중요한것은 그 창의력과 칼같은 소통을 과감하게 휘두를수있는 용감함이다.  더더더 중요한것도 있다면 나는 모른다.

약자한테는 한없이 나이스한 임원들이지만 임원끼리의 실력경쟁은 장난이 아니다.  임원들의 특징은 absolute fearlessness 다.   마치 겁을 인식하는 뇌기능이 없는듯.  임원끼리의 살벌한 실력 경쟁은 본능적 승부욕 때문이다. 운동선수의 기본인 승부욕은 회사 정치때도 유리하다. 그래서 임원중에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이 많다.  운동선수 생활이 몸에 밴 임원은 회사를 당연히 '팀'으로 꾸려나간다.  팀 승부에 자존심을 걸고 이기는것이 명예로운 챔피언문화를 만든다.  엘리트임원들은 사내에서 살벌한 실력경쟁을 벌이다가도 사외에서는 일편단심 '팀'으로 모든적을 물리친다.  그러나 친구도 의리도 외교도 아니다.  그냥 우리팀이 꼭 이겨아하는 승부욕이다.  승부욕 때문에 필요하면 팀이 되고 필요없으면 금방 해체된다.  인사조정을 당연한 도구로 쓰는 이유의 하나다.  임원 전부가 운동선수였을수가 없다.  엘리트운동을 안해본 임원은 다른면으로 특기가 있지만 '팀'에 대해서는 어색하다.  이름만 팀인 승산없는 조를 짜놓고 사이좋게 일하기를 바란다.  이런임원들은 평가를 조별로 하자고 한다.  이기적으로 협조 안하는 free rider 한테는 속수무책이다. 쿠테타 태클이 들어오면 당한다.

엘리트 운동선수출신 임원은 옛날에 실력 검증이 끝난사람들이다.  그 아무도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승진한 임원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훌륭한 직원들을 통솔하기 위해서 계속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하고 실력 이미지 관리를 한다.  비서, 고급회사차, 높은연봉개봉 등등 쓸데없는것 가지고 허세를 부리지만 실력 신호에 중요한 역활을 한다. 실력 신호가 중요한 이유는 똑똑한 직원들이 '매우' 똑똑하기 때문이다.  똑똑한 직원들은 IQ가 천재급이다.  아무리 학벌 학점을 안따져도 선수들은 서로 알아본다.  이들은 실력이 있는 임원 밑에서만 일할수있다.  임원이 자기보다 똑똑하거나 자기보다 성과가 좋아야 승자로 인정한다.  역사는 승자가 쓴다는 이치를 너무도 잘안다.  Hero worshiping 영웅숭배의식이 높아 승자에게는 한국 이상으로 예의를 지킨다.  승자 클럽 멤버로서 의리있게 인맥을 이어나간다.  이런식으로 한팀이 되면 무시무시하게 창의적인 마인드와 칼같은 소통을 사용해 최선을 다해 일해준다.  그러나 단 한번이라도 임원이 무능하다고 느껴지면 경쟁사로  스카웃 돼서 가던가 스스로 나와서 스타트업을 하던가 가차없이 떠난다.  똑똑한 직원들은 그만끔 실력이 있다.  깡으로 회사 차리고 당당하게 FOUNDER, CEO/PRESIDENT 이라고 명함을 뿌린다. 차라리 이런식으로 떠나주면 운이 좋은것이다.  운이 없으면 쿠테타다.  '매우' 똑똑한 직원한테는 무능한 임원의 쿠테타는 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