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 HR

posted 1 Mar 2017, 22:32 by Daniel Lee
source: http://www.dongabiz.com/article/view/1201/article_no/7985



‘실력 갖춘 젊은이가 어른답게 노는 곳’ 역사 바꾼 앱스타트업은 이렇게 일한다
Article at a Glance

앱 생태계의 스타트업들은 수평적 기업문화를 추구한다. 임직원 간의 자유로운 소통에서 오는 경쟁력을 얻기 위해, 또 그런 문화를 선호하는 인재들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스타트업 HR의 전반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팀 구성: 학연과 직장연 의존이 높다

2) 채용: 개발자를 잘 모셔야 한다. 대기업 전략기획 출신을 좋아하지 않는다

3) 교육: 외부 교육 참가는 장려하나 내부 집체 교육은 없다

4) 보상: 전반적으로 낮다. 스톡옵션도 드물다

5) 소통: CEO와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한다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는 맥 월드 행사장에 모인 그의 지지자들 앞에서 첫 아이폰을 공개했다. 잡스가 아이폰에서 구글 지도 앱을 열고 ‘스타벅스’라고 치자 화면에 매장을 표시하는 빨간색 핀 예닐곱 개가 피어올랐다.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핀 하나를 고르자 매장 전화번호가 표시됐고, 한 번 더 누르자 스타벅스 캐시어의 “Good Morning”이란 목소리가 컨벤션홀에 울려 퍼졌다. 요즘이라면 저가형 스마트폰에서도 당연히 가능한 기능이지만 아이폰 이전엔 그런 일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다. PC를 켜고 스타벅스 사이트에 접속해서 인근 매장의 전화번호를 알아낸 다음 전화기를 들고 버튼을 꾹꾹 눌렀어야 가능했던 일이다. 그 복잡했던 과정이 손안에 쏙 들어오는 3.5인치 화면 안에서 불과 몇 번의 터치로 가능해졌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만든 앱 생태계였다. 잡스는 장난스럽게 라테 4000잔을 주문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d6dQmN-mPw&app=desktop 

(곧바로 “Just kidding, wrong number. Thank you”라고 덧붙이긴 했다). 라테 에피소드와 함께 그날의 행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발표를 시작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진 잡스의 선언이다. “오늘 우리는 역사를 만들 겁니다(We’re going to make some history together, today).”

스마트폰에 앱이 없었다면 작은 화면과 화면 속 키보드에서 오는 불편함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식 도시락의 내용물처럼 잘 포장된 앱들은 편리성과 정보 접근성을 놀라울 정도로 향상시켰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아이폰의 모든 기능을 개발해 공급하는 대신 외부 업체들에 좌판을 깔아주고 자리 값으로 30%를 떼는 플랫폼 정책을 폈다. 첫해에 6만 개 이상의 앱이 등록됐고, 현재 그 숫자는 200만 개를 웃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에는 220만 개의 앱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전달 경로가 워낙 다양해서 정확한 집계가 불가능하다. 시장 자체가 만들어진 지 불과 1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개발 도구나 엔진들도 새로 제작한 것들이 많다보니 앱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은 거의 신규 업체들이다.


앱 이코노미의 특성은 수평적 기업문화

영미권에서는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신규 창업 기업을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이라 부른다. 스타트업에 자본을 공급하는 위험자본을 벤처캐피털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창업기업을 벤처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한국과 일본은 표현이 조금 다르다. 1990년대에 등장하던 반도체와 인터넷 기반의 신기술 기업들을 벤처라고 불렀고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폰, 앱 생태계와 밀접한 관련성을 띠면서 창업하는 이들을 스타트업이라고 부른다. 그런가 하면 필자가 근무하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는 ‘스타트업’을 이렇게 정의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기반으로 급격한 성장이 기대되는 사업모델을 가진 회사를 지칭한다. 대체로 구성원 간에 수평적 열린 소통문화를 가진 회사들이 많으며 주식시장에 상장되거나 대기업에 합병되기 이전 상태의 회사를 말한다.’2 

그러다보니 흔히 모바일 앱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사장부터 사원까지 친구 혹은 가족처럼 지내는 수평적 문화가 일반적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스타트업 붐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급격한 성장 가능성의 유무로만 특정 신생 기업이 스타트업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한다.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라는 저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공동 창업자이자 벤처투자자인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이란 빠르게 성장하도록 설계된 회사를 뜻한다’고 정의했다. 스타트업 동네에서 좋아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같은 표현도 따지고 보면 급격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즉, 미국에서는 ‘수평적, 열린 소통문화’가 스타트업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하면 수평적 문화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도 수평적 문화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또 수평적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트업이 수평적 문화를 특장점으로 내세워 얻을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임직원 간의 자유로운 소통에서 오는 경쟁력이다. 둘째, 그런 문화를 선호하는 계층을 흡수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이다. 수평적 문화가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대상은 아무래도 나이가 든 그룹보다는 젊은이들이다. 또 국내파보다는 유학파나 외국계 기업 출신들이다.



스타트업을 찾는 이유, 스타트업을 피하는 이유

IT 기반의 서비스 업종이 대부분인 국내 스타트업에서 수평적 문화는 이제 당연시되고 있다. 반면 기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는 수평적 문화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2016년 3월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공동으로 발표한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와 기업문화 진단 보고서’를 보자. 이 보고서는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를 해치는 핵심 요인으로 다음 세 가지를 지적했다. ①일방적·권위적 리더십 스타일과 리더십 역량 부족 ②주먹구구식 업무프로세스 ③객관적 평가 및 공정한 성과보상 기반 미흡이다.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단독으로 조사했던 한국 기업문화의 문제점 조사에서도 대다수 직장인(61.8%)이 ‘상명하복의 경직된 의사소통 체계’를 첫 번째 문제로 꼽았다. 또한 직장 내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 ‘업무와 관련한 의사소통의 문제’(67.2%)를 꼽았다. 이는 대기업 직원들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만드는 단골 사유다.




보다 직접적으로 대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에 관해 물어본 조사도 있다. 설문조사 전문기관인 오픈서베이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014년부터 매년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를 발표한다.3 

https://www.opensurvey.co.kr/OPENSURVEY_Startup_Trend_Report_2016.pdf


지난 3년 동안 이 설문에서는 500∼800명 정도의 대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스타트업으로의 전직 가능성에 대해 물어봤다. 3년 치 설문 내용을 종합해보면 긍정적으로 고려한다는 응답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① 빠른 성장으로 인한 성취감

②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

③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

④ 스톡옵션 등으로 인한 수익 기대감

즉, 대기업 직원들이 스타트업에 대해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은 자기주도적으로 일하는 문화와 관련이 높다. 반면 스타트업으로의 전직에 부정적인 답변을 한 대기업 직원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전직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① 낮은 고용 안정성에 대한 불안

② 급여 등 복리후생 감소에 대한 걱정

③ 부모님 등 가족의 반대

④ 이끌어줄 수 있는 사수의 부족 등 상대적으로 부실한 회사 내 자원



물론 이 서베이 결과만으로 일목요연하게 스타트업 업계를 조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스타트업 생태계 자체의 다양성 때문이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계열사들의 형편이 ‘삼성전자’와 ‘삼성 후자’로 나뉜다는 뼈 있는 농담이 있듯이 같은 스타트업 업계와 앱 생태계에서도 빈부 격차, 기술 격차, 심지어 기업문화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자리한 하이퍼커넥트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글로벌 영상 채팅 앱인 아자르(Azar)를 만드는 회사다. 이 회사는 글로벌 서비스를 하다 보니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일어날 뿐 아니라 외국인 직원도 많다. 회사 분위기도 실리콘밸리의 미국 회사보다 더 개방적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사내의 바에서 칵테일이나 맥주를 즐길 수 있으며 노래방, 당구대, 전자오락기, 푸스볼(테이블 축구), 하루 세 끼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이 있다. (사진 1) 그런가 하면 창업보육센터의 칸막이 공간이나 코워킹스페이스의 가장 싼 좌석을 전전하며 김밥과 컵라면만 먹고 개발에 몰두하는 1인 개발자 CEO 스타트업도 부지기수다. 또 사내 공용어가 영어일 정도로 젊은 해외 유학파들이 모여 있는 회사도 있지만 삼성전자 출신의 40대 공동 창업자들이 모여 있는 다소 보수적이고 차분한 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볼 때 하드웨어나 기업용 IT가 아닌 소비자용 앱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은 젊고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경우가 많다.





한국의 대표적인 앱 스타트업 문화

대한민국의 어느 기관도 국내 앱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이 몇 개인지 모른다. 그들의 급여 수준이나 기업문화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선 정의가 모호하고, 수시로 생겨나고 망하며, 존속하는 회사들도 사정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우선 HR 전략 관점에서 스타트업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 세 곳을 골랐다. 그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모습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어보자.

1. 스마트스터디

스마트스터디는 교육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이다. 사명보다 캐릭터인 핑크퐁과 베이비샤크로 더 알려져 있다. 귀여운 캐릭터를 이용해 인기 동요를 HD 영상으로 들려주는 앱, 공룡 세계를 보여주는 앱, 글씨 공부 앱, 색칠놀이 앱, 알파벳 공부 앱 등을 만든다. 2010년 설립된 이 회사에는 13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전체 매출의 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인다. 대표를 포함한 창업 초기 멤버들은 넥슨과 네이버, 네오위즈 등 게임업계 출신이다.

2015년 5월 말, 우리나라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확산으로 초유의 혼란 상태에 빠져들었을 때다. 대중교통 이용마저 불안할 정도로 집단공황 분위기가 퍼져나가던 6월3일, 스마트스터디는 전 직원 93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그 뒤 4주간 진행된 재택근무의 기록은 슬라이드쉐어라는 공개 사이트에 ‘스마트스터디, 재택근무 잘하고 있어요’라는 제목으로 올려져서 업계의 자산이 됐다.4 

https://www.slideshare.net/KellyYun/smartstudy-fullremote201506-49674381



이 슬라이드에 나오는 재택근무의 좋은 점 가운데는 ‘아무 때나 아무거나 먹을 자유’ ‘체력이 남아돈다’ ‘재택근무 기간 중 사무실에 오니 조용해서 좋다’와 같은 농담성 의견도 있었고 ‘회사가 직원들의 건강을 생각해줘서 고맙다’는 속 깊은 의견도 있었다. 이 회사의 열린 문화, 공유 문화가 업계에 알려진 계기였다.



사실 메르스 이전에도 이 회사에서 재택근무는 언제라도 가능한 선택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지각을 피하려 뛰는 직원도 없고, 반드시 자리를 지켜야 할 의무도 없다. 구글독스, 라인, 슬랙 등의 도구를 적극 사용한다. 언제나 어디서나 일할 수 있으면 그곳이 일터이기에 휴가도 특별한 제한이 없다. ‘종사마’라고 불리는 직원은 북유럽으로 30일의 휴가를 다녀왔다.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직원들끼리 서로 별명으로 부른다. 현재 홍보 담당은 ‘제이미’, 인사 담당은 ‘푸우’, CEO는 ‘족장’이다. 이 회사에는 보고라는 개념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공유를 한다. 공유의 대상은 상사가 아니라 그 일로부터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내가 휴가를 간다면 일반 회사처럼 결재 체계를 따라 승인을 받는 게 아니고 나의 휴가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다른 부서원과 협업부서에 e메일로 공유하면 끝이다.

스마트스터디의 사무실에는 직원들 사이에 칸막이도 없다. 대표와 임원의 방도 따로 없다. ‘족장’은 직원들 앉는 자리, 그나마 좀 끝 쪽에 있다. 회의실이라고 벽을 따로 쳐놓지도 않았다. 옆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기를 권하고 옆 팀이 하는 소리가 정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뻥 뚫린 열린 공간에서 회의하다 보면 옆 테이블의 이야기도 들린다. 들리는 내용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 난입하기를 권한다.

이렇게 규칙을 만들지 않고 직원들에게 엄청 관대하게 베푸는 그 기저에는 동료를 ‘어른’으로 신뢰하는 문화가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부산에서 열렸던 스타트업 생태계 콘퍼런스에 모였던 벤처캐피털, 액셀러레이터, 언론 종사자 앞에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스타트업은 취업하는 곳이 아닙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개개인들이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곳입니다.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스스로 하도록 둡니다. 이들은 프로고, 어른입니다. 어른답게 놀고 어른답게 일하면 됩니다.”제도를 악용하는 직원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던 분이 오히려 민망해지던 순간이었다.

스마트스터디의 문화는 실리콘밸리의 비디오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 느낌이 비슷하다. 넷플릭스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으로, 또 최고 수준의 연봉과 무한한 자유를 주지만 일 못하는 직원은 잘 내보내기로 소문난 곳이다. 스마트스터디에서 기업문화를 총괄하는 ‘윙’ 님이 시원하게 인정했다. 스마트스터디는 넷플릭스와 방향이 비슷하다고. “물론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상 해고는 그렇게 안 되지요.” 그러면서 한마디 보탰다. 그 “‘넷플릭스의 문화: 자유와 책임’이라는 그 슬라이드 저희가 번역했어요.” 슬라이스쉐어 사이트에 가보니 정말 넷플릭스의 유명한 슬라이드를 한국어로 번역한 사람들로 스마트스터디 직원 여섯 명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5 


http://www.slideshare.net/watchncompass/freedom-responsibility-culture


2.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이라는 사명이 따로 있지만 많은 이들은 배달의민족을 회사명으로 생각한다. 그 정도로 유명한 앱 서비스를 구축한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을 묻는 비보조 설문에서 3년간 연속 등장한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토속적 카피가 무색하게도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알토스, 일본의 사이버에이전트, 중국의 힐하우스 등 세계적인 투자회사로부터 1000억 원 이상을 투자받은 글로벌 유망주이기도 하다.

필자는 설 연휴 직전 석촌호수가 내려다보이는 배달의민족 사무실을 찾았다. 입구 한 편 공간에서 젊은 직원들이 댄스 동작을 맞춰보고 있었다. 활기찬 공기가 가득했다. 몇 번 방문해봤지만 늘 시끌시끌한 회사다. 직원들의 표정에는 자유로움이 살아 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에서 ‘9시1분은 9시가 아니다.’ 1분만 지각해도 근태 e메일을 CEO에게까지 보내야 하는 엄한 규율이 있는 회사다. 그러면서도 ‘퇴근할 때는 인사하지 않습니다’와 ‘휴가에는 사유가 없습니다’라는 배려심 뚝뚝 떨어지는 글도 출입구 위에 걸려 있다. 배달의민족에서는 모든 메시지가 구체적이고 정확하며 쉬운 단어로 표현된다.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민족의 문화인 ‘배민다움’이 자신이 창업 직전까지 다녔던 네이버 문화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6 또 네이버는 1990년대에 삼성에서 분사돼 나온 기업이니 삼성의 분위기가 녹아 있다. ‘관리의 삼성’ 소리를 들을 정도로 완성도 면에서 정점을 찍었던 제조업체 삼성의 규율 문화는 인터넷 기업 네이버를 거쳐 서비스 회사인 배달의민족의 조직문화를 이루는 뼈대가 됐다.

‘업무는 수직적, 인간관계는 수평적’도 이 회사 문화의 중요한 지침이다. 조직은 수평적으로 만들어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인다. 직속 상사가 고과권을 갖지 않았으니 잘 보인다고 인센티브가 나오는 일도 없지만 반대의 경우라도 불이익은 없다. 어떤 성과가 났을 때도 특정 개인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한 팀이 함께 인정을 받는다. 조직 내의 불필요한 경쟁과 정치(?)를 없애려는 장치다.

반면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불가피하다. 업무를 하려면 어느 정도 규율도 필요하고 목표를 세운 이상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놀랍게도 배달의민족은 창업 초기에 직급 제도를 도입했고 직급이 곧 호칭이 됐다. 직급 호칭을 쓰면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스타트업 동네 분위기 기준으로는 많이 튄다.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가 딱딱한가 하면 그건 전혀 아니다. 사무실은 늘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직원들의 표정도 밝다.

양립하기 쉽지 않은 규율과 자유로움은 ‘자율과 자치’에서 나온다. 중요 의사결정을 직원들이 함께 결정한다. 회사의 비전도 창업자가 만들어 액자에 끼워두는 게 아니라 전 직원이 함께 만든다. 직원들 개개인이 갖는 생각들을 함께 이루자는 의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우아한 버킷리스트’이다. ‘야근이 없는 회사’ ‘회사 곳곳에 책이 널브러져 있는 회사’ 같은 실질적인 내용들을 모아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책이 널브러지도록 사서 읽으라고 도서구입비는 무제한이다. 책을 사면 회사 자산이 아니고 개인이 갖는다. 집에 가져가도 된다. 유일한 조건은 온라인 구매가 아닌 책방에서 받은 영수증만 경비 처리를 해준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에는 다른 회사에 없는 피플팀이 있다. 직원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보살핌의 대상이라고 본다. 6∼7명의 피플팀 구성원은 직원들의 식사와 간식을 챙기고, 기념일도 잊지 않도록 부서장까지 알려주고, 가족 생일 같은 날에는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챙긴다. 힘들어 하는 직원들과 같이 대화하며 도와줄 방법을 찾는 것도 이 팀의 역할이다.

김 대표는 창업한 뒤 6년 동안 인사부서를 만들지 않았다. 관리와 통제 중심인 HR 부서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서 얼마 전에야 IT 업체 출신의 인사 임원을 영입했다. 배민다움 문화를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서라도 조직에는 튼튼한 골격이 필요하다. ‘엄격한 규율 위에서의 자율’이 가능하도록 근태와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만들어졌다.

회사가 여러 면에서 유명하다 보니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경영진은 일하기 좋은 회사를 추구하는데 외부의 시각은 복지 좋고 다니기 좋은 회사로만 알고 지원한다는 점이다. 어느새 직원 수 600명을 넘겼지만 일정 기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는 포지션의 경우 반드시 김 대표와 타 부서 임원이 최종 면접을 본다. 그리고 3개월의 수습 기간을 통해 실제로 배민다움 문화에 맞는 사람인지 검증한다. 사내 추천 후보자 위주의 채용과 수습 검증을 통해 화학적으로 잘 맞는 사람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 버즈빌

버즈빌을 구글링하면 130억 원에 대한 두 개의 기사가 뜬다. 하나는 ‘대학 졸업 전에 회사 두 개 130억에 판 이관우 버즈빌 대표’와 ‘잠금화면 광고 플랫폼 버즈빌, 130억 원 투자 유치’라는 기사다. 버즈빌의 이관우 대표는 한국에 몇 안 되는 성공적인 연쇄 창업가다. 버즈빌이 서비스하는 ‘허니스크린’ 앱은 스마트폰의 잠금화면을 열 때 광고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잠금화면 광고 시장 1위를 달리는 ‘슬라이드 조이’를 인수했고 매년 약 두 배씩 성장하는 중이다. 2012년 창업해서 이제 5주년을 앞두고 있다.

버즈빌의 아침은 식사로 시작한다. 10시30분까지만 오면 김밥, 봉구버거 등 요깃거리가 있다. 아침 먹기를 포기한다면 더 늦게 출근할 수도 있다. 공간 사용도 자유롭다. 자리에서 일이 잘 안되면 회의실이나 커피숍으로 피난 가도 뭐라 하지 않는다. 서열도 없지만 이곳은 ‘님’이라는 호칭조차 불편하다며 그냥 영어 이름을 부른다. 이관우 대표는 30대 초반이지만 이미 창업을 다섯 번 해본 베테랑이다. 그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전에 말하지 않는다. 우선 다 듣고 나서 대표 자신의 생각도 말해준 뒤 직원 생각대로 해도 된다고 정리해준다.


버즈빌에 근무하는 모든 ‘버즈빌리언’은 분기에 한 번씩 KPI(성과목표)를 잡는다. 그런데 그것을 본인이 정한다. 평가도 스스로 내린다. 그렇다고 쉬운 과제만 고를 수는 없다. 어느 조직이나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모르는 직원은 드물다. 해내지 못하는 직원들은 종종 생기지만. 일반적인 회사라면 KPI 달성 여부로 떠나 보낼 직원을 골라내겠지만 버즈빌은 계속 도전하도록 격려하면서 기회를 준다. 따뜻한 문화다. 해외 지사까지 합쳐 직원이 60여 명밖에 되지 않으며 외국인 직원도 있다. 우선 대만이나 일본, 미국 지사에는 그 나라 사람들이 근무한다. 서울 본사의 디자인 총괄은 프랑스인이다. 그리고 미국인 개발자, 베트남인 디자이너, 에티오피아인 개발자도 본사에서 함께 근무한다. 또 버즈빌은 자리를 제비뽑기로 정한다. 홍보담당자 옆에 서버개발자가, 그 옆에 대표가 앉아 있는 상황이 생긴다. 직무가 달라 서로 만날 일이 없는 사람끼리 옆에 앉음으로써 서로에게 관심이 생긴다. 상대방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면 회사 전체를 보는 시각이 생기고 소통과 팀워크에 도움이 된다. 조직의 병폐인 ‘사일로(silo)’가 생길 여지가 없다.

이곳에도 배달의민족처럼 무제한 도서 구매 제도가 있다. 다만 집에 갖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읽으면 회사 도서관에 비치해야 한다. 크로스핏, 축구 같은 동아리 활동도 지원한다. 한 달에 한 번 전체 회식이 있는데 영화도 보고 피크닉도 간다. 와인 파티도 열린다. 작년에는 해외지사 직원까지 포함해서 전 직원이 필리핀 보라카이로 워크숍을 갔다.

이렇게 업무 자유도가 높고 업무를 잘 못해도 여간 해서는 내보내지 않는 버즈빌 같은 회사에서는 처음부터 사람을 잘 뽑아야 할 이유가 더 커진다. 이 회사는 서류심사와 전화 인터뷰를 통과한 지원자에게 수백 문항의 질문지를 답하게 한다. 그리고 그 내용에 기초한 면접이 이어진다. 채용과정의 백미는 돌발 과제다. 최종 면접 하루나 이틀 전에 면접장에서 발표할 과제를 가르쳐준다. 예를 들어, 외부와의 파트너십을 담당할 포지션을 뽑을 경우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제휴 아이디어 및 액션 플랜을 제안하라”와 같은 과제다. 실무를 모르면 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버즈빌에 꼭 들어가겠다고 작정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렇게 힘든 과정을 굳이 감수하지 않는다. 소신을 지닌 자기 주도형 인재를 찾기 위한 까다로운 장치다.

지금까지 소개한 세 회사는 규모와 성장 단계, 투자 스테이지, 기업 문화가 각각 다르다. 그러나 직원들을 존중하고, 내부 소통을 중시하며,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도록 지원한다는 점과 각자 자기 영역에서 선두주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타트업 HR의 전반적 특징

이번엔 앱 생태계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기업들 전반의 HR 영역별 특징을 짚어보자.

1. 팀 구성: 학연과 직장연 의존이 높다

스타트업 창업팀을 구성하는 과정과 투자받는 단계를 보면 학연과 직장연이 상당히 작용한다. 초창기 스타트업이 내세울 자산이라고는 창업자의 학벌과 직장 경력뿐이다. 스타트업 초보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창업 아이디어가 큰 의미를 지니는 줄 알고 감추기도 하지만 업계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 그냥 웃는다. 앱 생태계에 새로운 아이디어란 없다. 아직 남아 있다면 그건 돈을 벌기 어려운 극히 작은 시장이거나 막대한 자원이 필요한 아이디어다.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력이다. 따라서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그 회사의 대표, 창업자가 믿을 만한 사람인가, 머리가 나쁘지는 않은가 여부 정도로 판단하고 합류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창업자가 젊을수록 학연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나이가 들면 회사에서 만난 관계, 즉 ‘직장연’이 주를 이룬다. 업계 특성상 기술 창업이 많기에 KAIST 출신들이 상당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깜짝 놀랄 정도로 유학생 출신들이 많다. 유학생 출신들이 많은 이유는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한국식 대기업의 위계질서와 정서가 그들과 잘 맞지 않기 때문에 아예 대기업 지원을 포기하고, 그렇다고 중소기업은 가기 싫으니 남은 선택지가 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둘째, 앱 생태계는 기본적으로 국경이 없다. 앱스토어에서 클릭 한 번이면 전 세계 진출이 가능하기에 애초부터 국외 시장을 같이 보고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외국어가 능숙한 해외유학파들이 더 쉽게 취업이 된다. 마지막 이유는 미국 유학생들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미국의 스타트업 붐이 워낙 강하다 보니 학교 다닐 때부터 스타트업에 진출하는 것을 매력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첫 커리어로 창업을 꿈꾸는 비율도 미국 학교 출신이 다른 나라 출신보다 높다.

학연 등의 개인적 관계는 초기 멤버들을 단합시킬 수 있지만 지나칠 경우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는 나중에 합류한 직원들이 받는 위화감이다. 작은 회사에서 성골, 진골, 육두품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조직의 응집력은 순식간에 와해된다. 두 번째 문제는 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했을 때 나타난다. 스타트업의 성장 사이클에서 창업 공신의 2선 후퇴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다. 1억 매출 회사가 100억 매출을 일으키고, 1000억 매출까지 가려면 견인하는 엔진이 바뀌어야 한다. 그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개인적인 관계가 발목을 잡아 실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스탠퍼드대의 제임스 배런 교수가 초창기에 실패할 확률을 최소화시켜주던 헌신형 조직이 기업공개 후에는 스타 중심의 조직보다 140% 이상 느리게 성장했다고 관찰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7 

2. 채용

스타트업 CEO의 가장 큰 고민은 일손 부족이다. 특히 개발자 품귀는 범세계적인 현상이다. 좋은 개발자를 만나면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러나 개발자의 세계는 일반 직종과 다르다. 개발자에게는 자기가 배울 수 있는 고수가 사내에 존재하는지가 중요하다. 창업을 꿈꾼다면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 7년 차 이상 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반드시 공동 창업자로 모시고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제대로 된 CTO가 있다면 그를 보고 개발자들이 합류한다. 그렇게 팀을 꾸렸을 때, CTO가 떠나면 그를 좇던 개발팀이 동반 퇴사하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스타트업의 핵심역량은 CTO라는 점을 숙지하고 최대한 잘 모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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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구인 경로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곳은 로켓펀치(www.rocket punch.com)나 원티드(www.wanted.co.kr), 페이스북 페이지 ‘I Want You for Startups’ (https://www.facebook.com/groups/iwant youforstartups/) 등이다.8 


https://www.rocketpunch.com/
https://www.wanted.co.kr/
https://m.facebook.com/groups/iwantyouforstartups/


스타트업도 어느 정도 성장해서 외부 투자를 받고 난 뒤에는 헤드헌터를 써서 인재를 찾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본부장급이거나 개발자 정도에 국한된다. 대기업, 중소기업들이 많이 쓰는 일반적인 구인구직 사이트는 이 업종에서는 활용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일반 회사와 달리 스타트업에서는 기업 합병을 통해 인원 충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워낙 동종업계에 창업이 많다보니 주식교환 방식으로 서로 합병하면 고객 기반도 확장되고 인원도 충원돼 경쟁력이 배가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수채용(acquihire)’ 방식이 일반화돼 있다. 큰 회사가 작은 회사의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회사 자체를 사서 흡수하는 형식이다. 한국에서는 고만고만한 크기의 앱 비즈니스들끼리 몸을 합쳐서 개발팀을 보강하는 일도 있다.

3. 교육

대기업에 있다가 팀장급으로 스타트업에 들어오는 사람 중에는 자기 팀원들이 입사 이후 교육, 훈련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워 하기도 한다. 경력직이야 기초를 다지고 들어왔다지만 스타트업이 첫 직장인 경우에는 현업에서 하는 OJT(현장 훈련)가 전부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부 스타트업은 외부 교육과 직원들끼리의 상호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배달의민족은 도서비 무한 지원 외에 부서장 전결로 외부 교육에 자유롭게 참석하게 하지만 유료 교육의 경우는 최소한의 자기 부담을 지운다. 무제한 도서구입비를 지출하는 이유에 대해 김봉진 대표는 <배민다움>에서 이렇게 말한다. “회사가 건강해지려면 집단적 의식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커뮤니케이션도 잘되잖아요. 책을 통해서 회사 구성원들의 전체 수준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스터디도 직원들이 외부 교육에 참여하도록 독려하지만 내부에 모아놓고 집체 교육하는 방식은 피한다. 두 회사 모두 외부 강사를 초빙해 듣는 명사 초청 프로그램이 있다. 버즈빌도 직원에게 외부 교육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보내준다. 그러나 모든 스타트업 CEO가 이렇게 열린 마음일 리는 없다. 외부 교육 보내면 일 못하고, 돈 들고, 스펙만 좋아져서 결국 이직한다고 말하는 스타트업 CEO들도 있다.

스타트업의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전통적인 대기업처럼 신입사원 합숙교육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스타트업은 문화 자체가 다분히 개인주의 지향이다. 합숙을 통해 ‘OO맨’을 만드는 방식은 이들과 안 어울린다. 그리고 직무 관련한 교육도 마찬가지다. 가르쳐가며 사람을 쓴다기보다는 이미 준비가 된 사람을 뽑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편이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앱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은 경력직 선발에서도 일반 대기업 출신보다는 IT 대기업, 또는 스타트업 출신을 선호한다. 여기에는 문화적 차이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대기업 직원들은 일반적으로 동원 가능한 자원이 많은 상태에서 일을 배웠기 때문에 스타트업처럼 자원이 부족하거나 심지어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곳으로 오면 전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래서 빈손으로 버텨 본 경험이 있는 다른 스타트업 출신이거나 대기업이지만 스타트업 정신이 남아 있는 인터넷, 게임 관련 기업 출신 위주로 스카우트한다. 특히 대기업에서 전략이나 기획을 한 경력은 스타트업 채용 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4. 급여와 보상

큰 회사에서 스타트업으로 전직을 할 때는 급여를 낮춰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배달의민족처럼 시리즈 E9 까지 간 대형 스타트업들이 최근 덩치에 맞는 업계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 급여도 그에 맞게 맞춰주기 시작했다. 스마트스터디나 버즈빌도 좋은 스타트업이지만 IT 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주지는 못한다. 이는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 스타트업이라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래서 미국 스타트업들의 경우 약 5년 전부터 RSU10 주식을 주기 시작했고 그 이전에는 스톡옵션으로 인재를 유인했다. 부족한 급여를 주식으로 보상받는 대상도 공동 창업자만이 아니라 신입사원을 포함한 전 직원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간혹 한국 스타트업들도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는 줄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2015년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중소기업청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 벤처 현황 및 문제 해결’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여기에 따르면 약 2만9000개의 벤처기업 가운데 스톡옵션을 행사해본 회사는 59개에 지나지 않았다. 잘 주지도 않지만 받아봐야 돈 될 가능성이 너무 낮다는 게 스톡옵션에 대한 일반적인 평이다.

5. CEO와의 소통

스마트스터디에서는 2주에 한 번씩 타운홀 미팅이 열린다. 우아한형제들에서는 매주 수요일 아침 9시, ‘봉타임’이 열린다. 미리 전해진 무기명 질문지에 김봉진 대표가 직접 답을 한다. 현장에 오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 아프리카 TV로 중계도 해준다. 참석은 의무가 아니기에 듣고 싶은 사람들만 와서 들으면 된다. 버즈빌도 2주에 한 번씩 월요일 아침에 대표가 전 직원 앞에 선다. 그런데 버즈빌에는 소통을 위한 도구가 하나 더 있다. 아무 때나 대표에게 익명으로 질문할 수 있다. 사내에서 쓰이는 협업 도구 슬랙에 그런 기능을 가진 명령어를 만들어 넣었다. 버즈빌 직원이 슬랙에서 ‘/w’ 를 친 다음 쓰는 내용은 익명의 편지가 돼 대표에게 전달된다. 스타트업 CEO들은 일반 기업 대표들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다가서는 분위기다. 일단 창업자들의 나이가 젊고 스타트업은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문화가 실리콘밸리에서부터 넘어왔다.


마치며

대한민국의 스타트업 업계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2015년, 2016년 연이어 2조 원 이상의 투자금이 흘러 들어갔다. 코워킹 스페이스, 창업보육센터 등 공간지원을 포함하는 각종 중흥책으로 초기 스타트업들이 대거 육성되는 등 앱 생태계의 양적 성장은 이뤘다. 아직 산업 전반을 견인할 희망의 싹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직원을 존중하는 문화, 수평적인 문화를 만드는 등 앱 생태계 스타트업들이 경직된 사회구조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중이다.

앱 생태계의 스타트업 문화가 젊은 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수록 상대적으로 전통적 문화를 가진 중소기업은 인재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다. 실제로 상공회의소와 맥킨지의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 보고서는 대기업에 비해 중견기업의 상황이 훨씬 열악함을 지적했다. 절대평가로 매겨지는 조직건강도 평가에서 최하 수준을 보여준 52개 기업 가운데 49개가 중견기업이고 대기업은 세 곳에 그쳤다. 75% 이상의 점수로 최상 수준이라 분류된 10개 기업에서는 반대로 세 곳만 중견기업이고 나머지 
7개 기업이 대기업이었다. 대기업은 변화의 흐름을 읽으면서 비효율적 업무 방식을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무건전성 면에서 더 취약한 중소기업들은 중견기업 수준만큼도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더러 왜 중소기업에 취업을 안 하느냐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좁은 사무실에 모여 하루 앞이 안 보이는 불확실한 미래를 하루하루 견디는 게 스타트업이지만 그래도 실력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성과를 만들어간다는 점이 스타트업 문화가 기성 세대들에게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 klee@startupall.kr

이기대 이사는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 버팔로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피치트리컨설팅, 드림서치 대표를 역임했고 IGAWorks에서 COO와 HR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네이버, 카카오, SK플래닛 등 인터넷 선도기업들이 함께 만든 민관협력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생각해볼 문제

1 회사가 직원의 생일과 기념일을 챙겨주는 데 부작용은 없을까.

2 수평적 문화를 가진 기업은 저성과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혹은 하지 않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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